신세아

Profile/Etc
2021.04.02

 

"저 하늘의 태양마저도 언젠가는 저물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내 최선은 뭘까.

이 고민마저 한낯 이기심에 불과하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있는 걸까.

 

손가락 마디마디가 가느다랗다. 눈에 띄게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결 좋게 흐드러진다. 허리까지 닿는 것을 간결히 묶어올린 여인은 그저 말갛게 웃는다. 다정하게, 다감하게. 어쩌면 유약하게. 아래로 내려간 눈매, 풍성한 눈썹. 청명한 벽색의 눈동자. 무엇 하나 여리지 않은 것이 없어 조금만 세게 문대면 사라질 것만 같다. 섬세하게 빚어진 조각품을 보는 듯한 기분. 아득한 여림이 그 자리에 머무른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신세아. 모난 것 없이 둥근 그 이름만큼이나 유순한 사람이다.

 

내딛는 걸음은 경쾌했으나, 걸음 소리는 귀를 기울여야만 겨우내 잡힐 만치 여렸다. 가느다란 체구에 겹쳐 올린 옷자락들은 대개 오버핏. 제 치수보다 하나 둘 정도 큰 것이 기본이다. 크게 입는 걸 좋아해? 혹자가 묻는 말에 그저 그렇노라 답하던 목소리는 차분한 중고음에 머무른다. 노을, 새벽녁, 그와 닮은 침묵. 부드러운 분위기가 시종일관 침착하여 곁에 머무름에 꺼림칙함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 잦은 장난, 가벼운 말마디, 보기보다 넓은 행동 반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차분하며 소극적인 사람이라 느껴진다면 그 까닭에는 차마 그늘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머뭇거림이 있기 때문이 있겠다. 여름은 아프고, 겨울은 시려. 얕트막한 투덜거림이 잔상처럼 번졌다. 

 

최초의 기억은 언제나 외로움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아 歲雅

 

158cm/45kg. 24th


 

/정한, 건한, 계심 있는, 난끼 많은, 벼운/

 

사람을 대하는 것은 언제고 어렵다더라.

 

잊을 수 없는 향이 있었다. 코 끝부터 번져 속을 적시던 시원함이나, 한 웅큼 삼키면 혀 끝에 남아 맴돌던 엷은 달콤함. 살아 숨쉬는 것만 같던 그 청량한 생동감. 세아는 그 모든 것들을 기억했다. 차마 잊지 못했다 함이 옳았다. 경계 아래에 새겨진 다정함이란 마치 화상 자국과도 같아서. 사람을 안에 들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제 심장 한 켠에 새겨넣는단 말과도 같아서. 그는 제가 그 향을 애정하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또한 앞으로도 결코 그 사랑스러움을 잊지 못할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망각에 무뎌지기에는 너무도 애틋했던 까닭이었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아득해지는 그 향취가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음을, 알아차렸을 적에는 이미 늦어버린지 오래였다. 시선의 끝에는 언제나 여름이 머물렀다.

 

끊어냄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다. 개 중에는 덧없음을 두려워하던 여림도 있었으나, 그것을 주된 이유라 덧붙이기에는 면목이 없었다. 그러니 외면에 사연을 덧붙이자면 이 모든 것은 신세아라는 인물이 지독히 나약했기 때문이렸다. 발을 내딛을 자신이 없어. 작달만하게 내뱉은 고해를 아는 이가 있을까.

 

가끔은 숨을 쉬기 힘들었다. 가끔은 지독한 여름 햇살에 시야가 흩트러지기도 했다. 세아의 삶은 생이자 곧 죽음과 가장 밀접한 곳에 맞닿아 있는 것이라. 약하게 태어난 아이. 독하게 여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란 말은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는 그리 낯선 말이 아니었다. 유년은 하이얀 벽과 밍밍한 밥상,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하얀 의복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제 나약함에 질려 떠나갈 날이 제법 가까이에 있음을 인지하는 과정이었고, 그렇기에 세아에게 있어서 세상이란 숱한 이별로 이루어진 만남의 연속이었다. 조금 더 튼튼해지고, 조금 더 건강해져서.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게 되었을 때는 또 어떠했더라. 가늠하건데 그 모든 순간들에 있어서 세아는 다소 동떨어진 곳에 툭 떨어진 아기새와 다를 바 없었다. 모든 것들이 그저 낯설었다. 

 

하여,

 

세아는 손을 뻗을 수 없었다. 지금이 좋다 그리 머무르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자신은 너무도 불완전했고, 또한 미약하기 그지 없어서. 소중한 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또한 그가 입을 상처로 인해 자신이 상처 입기를 바라지 않았다. 딱 한 뼘. 그 정도의 거리감. 머무르는 그 자리가 상처가 될 줄을 알면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신 맛이 나는 그 가엾은 사랑이 이제는 상처 투성이의 무언가가 되었을 뿐임을 알면서도 놓을 줄을 몰랐다. 이기심은 멀리에 있지 않았다.

 

 울었다. 가엾어서. 안쓰러워서. 그럼에도 좋아해서.

옷자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Rh+B형, 양자리, 양손잡이

탄생화_흰 나팔꽃

 

1. Like/Dislike

클래식, 향수, 다정한 사람, 놀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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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 무더위, 추위, 병원

 

 

2. Etc

후각이 심하게 예민하다. 기억력이 좋아 한 번 맡은 향은 어떤 형태든 관계 없이 구별해내는 것이 가능하며 까닭에 어지럼을 느끼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어렸을 적에는 몸이 좋지 않아 상시 병원에서 머물렀으나 중학생이 된 이래로는 많이 호전됐다. 여전히 일반인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체력. 특별히 활동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