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백업

Story/SSUL
2022.12.10
스프링 캠프_팀닥터 차시연&선수 이찬우

 

스프링 캠프 시즌에 시연이가 팀닥터 자격으로 같이 가기도 할 거야. 찬우는 그것만으로 좋은 것 같지만, 역시 같은 방은 못 쓰겠지. 다른 선수들이랑 같은 방 써야 하니까. 자주 보니까 괜찮긴 한데, 그래도 부족할 때는 밤에 몰래 시연이네 방에 가는 찬우 있음. 스프링 캠프 시즌마다 다들 다르긴 한데, 가끔 애인 데려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다들 그러려니한 반응(찬우는 나름 안 들키게 조심했는데 다들 지켜봤고, 또 알고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다른 건 안 하고 담백하게 같이 영화를 본다거나... 그런 오붓한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워낙 스킨십이 많은 두 사람이니까 영화를 볼 때도 찬우가 시연이를 안고 있었을 텐데, 영화를 보던 중 시연이가 잠들어 버려. 훈련 강도가 높은 만큼 부상 케어해야 할 사람 수도 많으니까. 시연이가 잠든 걸 알아차리면 찬우는 영화 시간 기록해두고 티비를 끌 거야. 혼자 보는 건 안 좋아할 뿐더러 시연이랑 같이 자고 싶거든. 당연한 일이겠지만 찬우는 시연이를 안고 자는 걸 굉장히 좋아할 거야. 일어나서 눈을 떴을 때 바로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시연이도 찬우한테 안겨서 자는 걸 좋아해. 찬우랑 같은 이유도 있고, 조금 덧붙이자면 찬우의 품이 따뜻해서 안정감이 든단 이유에서.

 

아무렴 깜빡 잠들었다가 일어난 아침에, 찬우가 눈 앞에 있으니까 무심결 집에서처럼 꼬물거리는 시연이. 찬우 품에 파고들어 입 맞출 것 같지. 그리고 시연이가 일어나기 전부터 깨어 있던 찬우는(아무래도 선수니까. 아침 훈련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게 버릇일 것 같아. 이 날은 훈련을 쉬는 날이라 부러 가만히, 시연이를 보고 있었겠지.) 시연이가 입 맞추기 무섭게 꼭 마주 않으면서 웃어버려. 귀엽잖아. 잠에 취했으면서도 자기 품에 안기러 들어오는 애인이라니. 이마에 뺨에 입을 대면서도 깨우지는 않고 대신 더 자라며 이불을 덮어줄 거야.

 

아무래도 선수랑 팀닥터 출근 시간은 다르겠지?(사실 오너 둘 다 이쪽은 문외한이라ㅋㅋ) 느긋하게 아침을 즐기는 건 주말이나 휴가 때 뿐인 만큼, 시연이가 어리광을 부릴 거야. 찬우를 빤히 보면서 진지하게 물었으면 좋겠다. 누구 애인인데 이렇게 잘생기고 귀엽지? 하고. 뽀뽀는 일상처럼 다가오는데, 그걸 받으면서 찬우는 웃어버려. 너무 귀여워서. 너무 좋아서. 잠에 취한 게 빤히 보이는데, 자기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애정을 쏟아주는 애인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 시연이 입술을 지분거리듯이 조금 길고, 느리게 부벼. 누구긴. 유능하고 다정한 차시연 선생님 애인이지. 차시연 씨는 누구 애인이길래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지? 이 커플... 이런 식으로 꼭 같은 말 하면서 장난칠 때 많을 것 같아.

 

 

청혼_시연이가 한다면?

 

고백은 찬우가 했으니까 청혼은 시연이가 하는 것도 좋지.

 

시연이는 일단 야구장에서, 찬우 경기 있는 날 경기 끝나고 할 것 같아요.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생각하면서 코치님께 찬우 혼자만 연습 더 시켜달라고 부탁드리고... 연습 중 잠깐 쉬는 사이에 몰래 다가가서 폭 끌어안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요.

 

오늘 경기도 정말 멋있었어. 있잖아 찬우야, 내가 힘들 때 항상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네가 곁에 있어줘서였고,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네 덕분이야. 나도 너한테 뭔가 해주고 싶은데 생각나는 게 이것밖에 없네... 너만 좋다면 차시연의 평생을 가져줄래?

 

그럼 찬우는 조금 다채로운 반응을 보일 거예요. 처음에는 시연이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어지는 말에는 조금씩 심각해졌겠죠. 진중한 이야기로 보이는 만큼 경청하는 태도로. 적절하게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를 들었지 않을까요. 그러다 마지막에 이르러선 누가 봐도 당황한 표정이었을 거예요. 그도 그럴 게... 청혼이잖아요. 내 전부를 네게 주고 싶다는, 청혼. 시연이가 그런 말을 해줬다는 게 좋은 한편, 선수를 빼앗긴 것 같단 생각에 괜히 복잡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네 답만을 기다린다는 듯 가만히 바라보는 시연이의 시선을 받고 있자면, 아무렴 상관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찬우는 시연이의 손을 잡아 끌어, 깍지를 끼곤 말하겠죠.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로요.

 

좋지. 너무 좋아, 시연아. 네게 받은 게 너무 많아서, 이것마저 내가 가져도 될 지 모르겠지만. ...누구한테도 양보하고 싶지 않네. 네 옆자리. 앞으로 이어질 삶. 가장 좋고 행복한 순간과 가장 슬프고 외로울 순간. 그 모두가 욕심 나. 내가 감히 네 영원을 가져도 된다면, 기꺼이. 내 옆에 있어주라. 

 

 

연락_ 휴대폰으로 마주할 때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찬우는 크게 말을 덧붙이지 않는 편일 것 같지. 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연인으로서의 시연이만큼은 자기가 독점하고 싶어서. 그렇다고 아예 말을 돌리기엔 또 분위기가 묘하니까, 그냥 '귀엽지'하고 답하는 일이 일상 다반사일 것 같아.

 

A: 매일 귀엽다고만 하지 말고.

C: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하지, 뭐라고 그래. 구구절절 설명한들 다 들을 것도 아니잖냐.

 

그러다가도 괜히 자기를 보던 시연이의 시선이나, 최근에 나눴던 시간들 같은 게 떠올라서. 괜히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기지 않을까. 그럼 시연이도 찬우 톡 보자마자 나도 보고 싶다고 답해. 시연이랑 연락을 주고 받을 때면 찬우 표정이 느슨하게 풀어지는데, 그럴 때면 '쟤 우리한텐 말도 안 해주더니, 애인이랑 연락하는 것 좀 봐라.'며 다들 찬우를 놓아줄 것 같아. 팔불출인 건 구단 사람들 전부 다 아는 사실이라서. 

 

그런데 뭐랄까. 찬우를 대하는 태도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 구단의 안방마님 자리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니까. 겉으로는 다들 시연이 대할 때의 반 만큼만이라도 해보라고들 하지만, 찬우에게 곤란한 일이 생긴다면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도울 거야. 음, 온도차를 표현하자면 시연이 앞에서는 하염없이 무르고 다정한 느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틱틱거리면서도 해주고, 챙겨줄 건 다 해주는... 츤데레? 그 정도 차이.(놀릴 때의 타격감이 좋아서 다들 자주 놀릴 것 같아.) 길게 돌아왔다만 어쨌든! 동료들한테서 쫓겨났다며 시연이한테 말하면, 시연이는 무슨 상황인지 금방 짐작하고 웃어버릴 거야. 그리고 '오늘은 나 당직이니까 너 잠들 때까지 통화할까?' 이렇게 말해. 그럼 이제 찬우가 잘 준비 마치기 전까지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보고 싶노라 투정을 부리면서 시간은 보내겠지. 

 

여담이지만, 찬우는 평소에도 자잘한 연락이 자주 오는 편이라 카카오톡을 잘 안 쓰는데(SMS>메일>카카오톡), 시연이랑 같이 살면서부터 시연이 개인톡을 카카오톡 채팅 최상단에 고정해두고 자주 확인해보는 습관 길렀을 것 같아. 급한 연락이 있을 수도 있고, 시연이가 걸어오는 연락을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해서. 반면 시연이는 업무용 휴대폰이랑 일상용 휴대폰 따로 있을 것 같지. 업무용은 병원-구단-찬우 순서로 고정해두고, 일상용은 찬우 카카오톡을 최상단에 올려둘 거야. 직업이 직업인 만큼, 환자 관련 연락이 올 수도 있고, 구단 내 선수들을 관리하기도 해야 하니까.

 

찬우야 뭐... 채팅 순서 가지고 서운해 할 성격은 아니지만, 이따금 시연이랑 장난을 칠 때 언급하긴 할 것 같아.

C: 지금보다 더 잘 하면 나중에는 제일 위로 올려줄 거야?

S: 뭘 더 잘 하는 지에 따라 다르겠지?

 

 

부상_ If 찬우가 부상을 입는다면?

 

포수란 게 사실 굉장히 부상을 많이 입는 포지션이잖아. 경기 내내(약 3시간) 앉았다 일어서기 반복하지, 타자를 잡기 위해 빠르게 공을 송구할 수 있어야 하지, 공을 맞기는 또 얼마나 쉬우며, 찬우 같은 파워형 타자는 손목 부하까지. 그런 만큼 늘 컨디션 조절에 신경 쓰고 시연이랑 같이 검사도 자주 받을 텐데... 그럼에도 리그 끝물 무렵에 타자석에서 몸으로 들어오는 공 맞은 적 있지 않을까. 팔에 맞은 공 탓에 뼈에 금이 가서…. 

 

그렇게 찬우가 부상을 입으면 시연이가 가장 먼저 알게 될 거야. 팀 닥터기도 하고, 매일 보는 만큼 찬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시연이일 테니까. 경기 중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걸 떨어뜨리다가도, 자기가 놀라 있으면 그 시간 만큼 응급 처치가 느려진단 생각에 겨우 정신 차리고 찬우한테 갈 거야. 응급 처치 꼼꼼하게 하고, 병원에 옮긴 뒤에. 평소 어깨 통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았으니 이 참에 이런 저런 검사 복합적으로 진행하지 않았을까. 경기 중이라 피곤했던 만큼 검사가 끝날 무렵에는 꾸벅꾸벅 졸 것 같기도 해. 안정될 때까지 있으라며 내어준 병실에서 깜빡 잠들어버린 찬우를 보면, 시연이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서 찬우 손 꼭 잡고 눈물 흘릴 것 같지. 겉으로는 이성적인 척, 괜찮은 척 행동했지만 찬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만큼 걱정의 크기도 컸을 테니까. 

 

아무렴 팔에 금이 가기도 했고, 리그도 끝물이라 찬우는 그대로 시즌 아웃할 거야. 경기 분석을 돕는다던가, 체력 훈련을 한다던가. 그런 소일거리 정도는 계속 하겠지만, 나머지 시간은... 한가해진 만큼 시연이를 따라 다니는 데에 열중하게 될 것 같지. 뭔가, 껌딱지처럼. 다른 선수들이 안 쉬고 뭐하냐 묻거든 너네 잘 하고 있는 지 감시하러 왔지. 하면서도 동료들이 훈련 하러 그라운드로 나가거든 시연이 쪽으로 시선 돌릴 것 같아. 정작 시연이는 체력 훈련 하는것조차 내키지 않겠지만. 그도 그럴 게 자꾸 움직이면 부상 회복이 늦어질 수 있잖아. 찬우보다 시연이 걱정이 더 커 보이는데,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닐 거야.

 

S: 왜 자꾸 돌아다녀. 이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쉬어.

C: 계속 가만히 있으면 몸 굳어. 그게 더 손해야. 

S: 나를 따라 다니는 건 운동이 아니잖아.

C: 운동 잡지 같은 데 보면 걷기도 운동이라던데.